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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살 11월
    엄마표 영어_첫째(2012) 2022. 11. 15. 20:13

    고민끝에 알았다.

    나도 아이도 미뤄두었던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집안에선 정리 문제와 학습문제로 통제가 화산폭발하듯 터져나와 더이상 추가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읽기루틴 잡기에 에너지를 전혀 쓸 수 없었다.

    아이 역시 문자가 싫다는 이유는 책과 영상을 보면서도 '듣기' 위주로 한 것 같았다.

    문자 노출이 되긴하지만 첫째에게는 이런식의 방법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둘째 덕분이다.

     

    글자에 약한 첫째와 글자에 강한 둘째

    다시 말하면

    청각이 발달한 첫째와 시각이 발달한 둘째

    둘째를 키우면서 알았다.

    첫째에게 영어책을 더 많이 읽어주던가, 청독을 더 꼬셔서 정성들여 들이밀었어야했단 사실을.

    그런데 둘다 아이도 나도 지치는 방법이다.

    (여유있게 둘째처럼 유아 때 시작했음 얼마나 좋았을꼬!)

     

    첫째는 그림책과 리더스북을 함께 시작했어야했다.

    그런데 내가 그림책이 더 좋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한글책을 그렇게 수도 없이 읽어주고 한국말 들으며 6살에 글을 뗐는데

    매일 1권으로는 택도 없었다.

    (그당시엔 이거라도 어디냐 하며 굉장히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유지한;;)

     

    이후 칸아카데미, 에픽을 시도했지만 결국 영상으로.. 3학년 때 리틀팍스 자막노출도 결국은 영상위주로 들은 것 같다.

    아이에게 듣기는 효과적이었지만 문자는 ort여야했다.

    ort를 나와 아이가 모두 싫어했고, 아이의 높은 한글책 수준이 영어 그림책 고를 때 걸림돌이 되었다.

    청독은 싫고, 내가 읽어줘야 하는데 능력은 딸리고, 쉬운 영어 그림책은 스토리가 재미없고.

     

    내 기대보다 아이의 영어 문자는 상당히 느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기대가 높았던 것이다.

    인풋양이 턱없이 부족한데 나름 충분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 착각 덕분인지 아이를 궁지에 몰아넣지는 않았다.

    '될 줄 알았는데.. 안되네... 아.. 어쩌지...

    11살을 앞뒀는데 아직도 문자를.. 모.른.다.'

    이 생각이 든 순간부터 불안했는지

    4학년 기간 동안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때쯤 다행히도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생기면서

    엄마표 영어를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했다.

     

    첫째의 덕후기질을 이용해 강제루틴을 만들어야했다.

    판은 내가 짰지만 강요없이 선택권은 네게 있다는 너른 마음을 내보이는 포커페이스가 생명!

    이건 연기로만은 안된다.

    아이가 엄마 말에 귀기울이는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윔피키드책을 좋아해서 그 원서를 들이밀면 들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금방 시들해졌다.

    그래서 나도 포기했는데 이제보니 그게 아니였다.

    루틴으로 밀고 나가야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다시 내가 옆에서 습관을 잡아주기로.

     

    "아들아, 이제 때가 되었다.

    그동안 니가 좋아하는 책과 영상만 보는 시기는 끝났어.

    이젠 영어를 의무로 학습해야 하는 때가 되었어.

    듣기만 할 수는 없어.

    읽기를 위해 우린 영어책을 읽고 따라해야해.

    이젠 피할 수 없어. 피하면 할 게 많이 쌓일 뿐이야.

    학교 다녀오면 엄마랑 단둘이 칸아카데미에서 한줄짜리 읽고 따라하자."

    "칸아카데미에서 보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게."

    "그래. 우린 그래왔지.

    그동안은 그래도 됐어.

    그러려면 양을 많이 늘려야하는데 잘 안되잖아.

    이런 거 해주는 학원이 있어.

    학원에 가면 단어 뜻도 가르쳐주고 외우게 도와줘."

    "싫어."

     

    영수학원을 다녀본 적은 없는데 친구들이 나쁜 말만 해줬는지

    가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그럼 또 방법이 있어. 니가 좋아하는 윔피키드 원서를 읽는거야.

    니가 윔피키드 내용 완전히 잘 알지?

    윔피키드 책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이미 니가 내용을 다 아니까 유추해서 이해할 수 있어.

    학원 대신 집에서 하면 좋은 점은 네가 좋아하는 책을 이용한다는 거지."

    "오케이오케이. 윔피키드 할게. 우선 나 마인크래프트 좀!!"

    "그렇게 막 고를게 아니야.

    이거 선택하면 매일 해야해.

    책에 나오는 요일 하나씩.

    (윔피키드는 일기라 날짜와 요일이 나온다.)

    대신 요일 개수를 늘리면 선물이 있어.

    간식 선물과 3주 꾸준히 하면 마인크래프트 3만원 이용권!"

    (마인크래프트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중)

    "알았어요~ 알았어요~ 한다고 한다고~ 빨리 게임할게요~"

     

    당장 게임하고 싶은 마음에 듣는둥 마는둥이지만 들어준다는 것에 감사.

    어떨결에 청독 허락 받은...

    아.. 엄마표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아이 마음을 고도의 관찰력과 조심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는 쉽게, 단칼에 거절하므로.

    거절이 아닌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아이는 영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노력은 엄마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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