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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째의 엄마표 영어 어디까지 왔니
    엄마표 영어_둘째(2017) 2020. 11. 23. 23:28

    29개월 17일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면 단점이

    엄마가 아웃풋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기 쉽다는 것이였다.

    인풋의 시간 대비 아웃풋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살인 둘째가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를 다 익히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아주 천천히, 즐겁게, 보고 또 보고

    만약 10살 아이라면? 며칠이면 끝날지도..

    당연한 결과다.

    한글과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지칠 수 있다.

    그런데...

    아~무 기대없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 경이롭다.

    2살은 알파벳을 몰라도 되지 않은가.

    그런데 기어이 관심 갖고 익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어 발화될 때 엄마가 느끼는 기쁨과 똑같기 때문에

    나는 남들보다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어떤 기질의 아이인줄 전혀 모르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는데

    자라다보니 글자를 좋아하는 아이였네?

    와우..

    "엄마, 이건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할 때 '고'야."

    "엄마, 이건 엄마차 '우'야.(차번호에 들어간 글자)"

    "엄마, 이거 머리 어깨 무릎 발할 때 '머'야."

    그래서 나도 둘째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이건 뭐야?"

    "이건 할아버지 할 때 할이야."

    "이건 뭐야?"

    "느낌표"

    글자놀이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항상 시작은 아이로부터 일어난다.

    그게 정말 신기하고 즐겁다.

    그날 그날 아이의 기분 따라

    기호를 짚었다가, 한글을 짚었다가, 알파벳을 짚었다가

    책 안에 아이의 놀거리가 많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다.

    최근 두어달 동안 베갯머리 독서가 위기를 맞았다.

    둘이 서로 자기꺼 읽겠다고 싸우는 통에

    나도 그냥 불끄고 자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째 책은 글밥이 많아 한 권만 읽어도 벅차고

    둘째 책은 글밥은 적지만 30권씩 쌓아올리며 한 권도 빼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아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냥 자고 싶고

    책만 봐도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다 최근에 마음을 바꾸고 낮잠 시간에 원없이 책을 읽어주자 마음 먹고

    10권씩 읽어주는데

    힘은 들지만 아이가 그동안 많이 성장했구나 느꼈다.

    스스로 읽기도 하고

    구연동화도 따라하고

    (우와~ 안녕!)

    책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물어보고

    영어책 일부분 따라할 때는 또 얼마나 이쁜지..

    결국 책육아는 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끈다.

    첫째 영어는 한동안 내가 이끌어야겠지만

    둘째 영어는 오롯이 아이가 끌고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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