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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의 의미
    엄마표 영어_계기 2020. 11. 25. 00:00

    "나는 왜 육아가 힘들지 않을까?"

     

     

    아이를 키운 지 8년 차 때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라는 책에서

    위 문장을 읽고 머리가 띵했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이런 말도 있어?'

     

    육아는 힘든 것.

    그렇지만 행복도 크니

    견디고 참으면서 지지고 볶는 것.

    누구나 그런 것.

    이렇게 스스로 정의를 내려놓고 있었다.

    아니 합리화하고 있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나만 애한테 미친년처럼

    구는 게 아니야.

    다. 다 그래.

    그.러.니.괜.찮.아.

    그런데 육아가

    힘들지 않다는 작가의 말에

    내 보호막이 와장창 깨진

    기분이었다.

     

    저자는 육아가 힘들지 않은 이유로

    몇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나를 대입해봤더니

    내가 육아가 힘든 이유가 딱 나왔다. ㅡㅡ;;

     

    1. 체력이 좋다.

    나는 체력이 바닥이다.

    감기를 호되게 앓고 깨달았다.

    더이상 이런 체력으로

    내가 두 아이를 키워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들었다.

    모든 짜증의 9할이 체력임을 알면서도

    체력을 기를 생각이 없었다.

    왜? 힘드니까.

    근육량이 없는 나에게

    운동이란 그저 디게디게 힘든 것이다.

     

    2. 아이의 성장을 경이롭게 느낀다.

    나도 느낀다.

    순간순간.

    근데 잘 살펴보면

    다 내 말 잘 들을 때 느낀다.

    아이가 크는 과정을

    너그럽게 보아낼 내 마음의 그릇이 좁다.

    저자는 독박육아가 아닌

    독점육아라고 느꼈다고 한다.

    마음 그릇의 크기가 참 다르다. ㅡㅡ;;

     

    3. 아이가 속을 안 썩인다?

    아이는 속을 썩인다.

    저자의 아이도 속을 썩였을 것이다.

    엄마가 속을 안 썩었을 뿐.

     

    4. 회사에 미련이 없어서?

    저자는 워킹맘 10년,

    전업주부 10년이었다.

    저자는 회사에 가면 회사 일이 행복했고

    집에 가면 아이들과의 삶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빨리 아이들 만날 생각,

    출근길엔 빨리 회사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문장을 보고 내 합리화는 벼랑 끝에 몰렸다.

    어쨌든 이런 사람이 존재하고

    그런 삶은 부러운 삶이고 그 삶을 닮고 싶어

    그녀의 노하우를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5. 수행과 글쓰기

    저자는 천주교 신자다.

    하느님 빽으로 고통과 기쁨을 이겨낸단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쓴단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근육이

    탄탄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점점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육아, 즐길 수는 없는 걸까?'

    첫째를 낳고

    5년만에 둘째를 얻었다.

    즐거웠다.

    내리사랑이라 쳐도

    둘째는 그냥 다 즐겁고 행복했다.

    이상했다.

    육아를 이렇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거였어?

    영유아기 시기를 이런 마음으로 보낼 수도 있는 거였어?

    첫째 때는 왜 이렇게 힘들고 지쳤던 거야?'

    내가 수면의식을 제대로 못해줘서?

    육아 공부를 너무 안해서?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여서?

    문득문득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알고 있었다.

    나였다.

    모든 키는 내 마음이

    쥐고 있었다.

    최근에 알게된 것이 있다.

    내가 하고 있던 것이

    '책육아'라는 것이었음을.

    근데 '엄마표 책육아'가 아니라

    '그냥 책육아'였다.

    요즘 육아서 제목에 많이 붙은

    '엄마표' 라는 말이

    사교육 대신 엄마랑 해서

    엄마표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과 관심으로

    끊임없이 아이와 소통하며

    성장하는 육아를 뜻한다는 것을

    여러 권의 육아서를 읽고서 알았다.

    어쨌든 나는 복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가 만든 환경에 내가 놓였고

    아이가 꾸준히 책육아를 고집했기에

    본의아니게 엄마도 책육아를 하고 있었다.

    대신 '사랑'이 빠져있었다.

    둘째가 자라면서

    점점 첫째에게

    책을 읽어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딱 한 권,

    최근에는 한글책 한 권,

    영어책 한 권 이렇게 두 권만

    읽어준다.

     

    읽어주는 책 양은 현저히 적어졌지만

    책 한 권에 담는 사랑은 커졌다.

    그래.

    하루종일 미친년 널뛰듯

    감정을 내뿜는데

    이거라도 해줘야지.

    이런 마음이다.

    아이가 말한다.

    "엄마, 책 한 권 읽어줘."

     

    이 말은 내게 이렇게 들린다.

     

    "엄마, 엄마품 좀 내어줘."

    ​책이 없었다면

    아이와 나 사이에는

    뭐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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